* 도로-시님의 블로그에서 퍼왔다.
참 재미있는 시다.
이 시를 읽노라니 나의 국민학교시절이 떠오른다.
친구중에 덕만이라고 있었다.
고학년이 아닌데도 담배를 피우던 녀석이다.
하루는 나혼자 하교하는 중에 어느 골목길에서다,
야, 뛰어!
왜 뛰어야 되는지도 모르고 덕만이와 같이 뛰다 보니
뒤에 대학생같은 형이 쫓아온다.
결국 붙잡혀 뺨맞고 혼나고 그랬다.
덕만이가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냅다 도망가면서 나보고 뛰라고 한것이다.
나도 첨으로 뺨따귀를 맞았다.
보고싶다. 덕만이.
거미[박성우]
거미가 허공을 짚고 내려온다
걸으면 걷는 대로 길이 된다
허나 헛발질 다음에야 길을 열어주는
공중의 길, 아슬아슬하게 늘려간다
한 사내가 가느다란 줄을 타고 내려간 뒤
한 사내가 가느다란 줄을 타고 내려간 뒤
그 사내는 다른 사람에 의해 끌려 올라와야 했다
목격자에 의하면 사내는
거미줄에 걸린 끼니처럼 옥탑 밑에 떠 있었다
곤충의 마지막 날갯짓이 그물에 걸려 멈춰 있듯
사내의 맨 나중 생(生) 이 공중에 늘어져 있었다
그 사내의 눈은 양조장 사택을 겨누고 있었는데
그 사내의 눈은 양조장 사택을 겨누고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당겨질 기세였다
유서의 첫 문장을 차지했던 주인공은
사흘만에 유령거미같이 모습을 드러냈다
양조장 뜰에 남편을 묻겠다던 그 사내의 아내는
일주일이 넘어서야 장례를 치렀고
어디론가 떠났다 하는데 소문만 무성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은
그 사내의 집을 거미집이라 불렀다
거미는 스스로 제 목에 줄을 감지 않는다
거미는 스스로 제 목에 줄을 감지 않는다
-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거미에게 있어 줄은 생명선이다.
때로 인생의 안내자이기도 하고
반려자이기도 하다.
힘들고 어려울 땐 의지할만하다.
오를 수도 없고 내릴 수도 없을 때
그 자체가 길이 되어 준다.
오늘도 끈끈한 줄을 잡고
길을 간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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