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강기원]
크게 흔들리며 트럭이 간다, 도축장을 향해. 창살 사이로 고개 내민 수 천의 닭대가리들, 층층이 쌓인 새들. 창살을 벗어나면 고속도로 위, 그러 나 놈들은 안간힘을 쓴다. 조금이라도 몸을 내밀기 위해 서로의 대가리를 쪼아가며, 물로 뚱뚱해진 배를 부딪치며. 몸뚱이가 반 이상 빠져나온 놈도 있다. 도살 하루 전의 여행이라. 꺼지지 않는 전등 아래서 쉼 없이 알 낳던 레그혼의 충혈된 눈알, 너덜거리는 벼슬에 피딱지 붙인 채 발톱 세운 뉴햄프셔 수탉, 그래 그래‥‥‥ 덜컹거리는 차 따라 고개 주억거리는 늙은 오골계, 맨 아래칸 미동 없는 육계의 늘어진 눈꺼풀.
질주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뽑히지 않는 깃털들이 제풀에 뽑혀 흩날린다.
떨어진 날개조각 위로 구르는 바퀴, 바퀴들.
떨어진 날개조각 위로 구르는 바퀴, 바퀴들.
* 인간의 탐욕을 위해 닭대가리들은 닭대가리가 된다.
밤새도록 왜 모이를 주워 먹어야 하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이 닭대가리들.
충혈된 눈이 문제되지 않으며 늘어진 눈꺼풀이 누구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깃털 날리며 달렸던 고속도로에 그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다음에 또 태어나거든 왜 모이를 먹어야 하는지 꼭 생각해 보렴, 이 닭대가리들아.
오늘도 고속도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바퀴들이 구르고 있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시체를 내가 본다?[박용재] (0) | 2006.12.25 |
---|---|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박철] (0) | 2006.12.17 |
오래된 나무[천양희] (0) | 2006.12.11 |
삼학년[박성우] (0) | 2006.12.09 |
물이 수증기로 바뀌는 순간[김승희] (0) | 2006.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