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고속도로[강기원]

JOOFEM 2006. 12. 12. 00:25
 
 
 
 
 
 
 
고속도로 [강기원]
 
 
 
 
  크게 흔들리며 트럭이 간다, 도축장을 향해. 창살 사이로 고개 내민 수 천의 닭대가리들, 층층이 쌓인 새들. 창살을 벗어나면 고속도로 위, 그러 나 놈들은 안간힘을 쓴다. 조금이라도 몸을 내밀기 위해 서로의 대가리를 쪼아가며, 물로 뚱뚱해진 배를 부딪치며. 몸뚱이가 반 이상 빠져나온 놈도 있다. 도살 하루 전의 여행이라. 꺼지지 않는 전등 아래서 쉼 없이 알 낳던 레그혼의 충혈된 눈알, 너덜거리는 벼슬에 피딱지 붙인 채 발톱 세운 뉴햄프셔 수탉, 그래 그래‥‥‥ 덜컹거리는 차 따라 고개 주억거리는 늙은 오골계, 맨 아래칸 미동 없는 육계의 늘어진 눈꺼풀.
 
 질주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뽑히지 않는 깃털들이 제풀에 뽑혀 흩날린다.
 떨어진 날개조각 위로 구르는 바퀴, 바퀴들
 
 
 
 
 
 
* 인간의 탐욕을 위해 닭대가리들은 닭대가리가 된다.
  밤새도록 왜 모이를 주워 먹어야 하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이 닭대가리들.
  충혈된 눈이 문제되지 않으며 늘어진 눈꺼풀이  누구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깃털 날리며 달렸던 고속도로에 그들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다음에 또 태어나거든 왜 모이를 먹어야 하는지 꼭 생각해 보렴, 이 닭대가리들아.
 
  오늘도 고속도로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바퀴들이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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