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천양희]
소나무들이
성자처럼 서 있다
어떤 것들은 생각하는 것같이
턱을 괴고 있다
몸속에 숨긴
얼음 세포들
나무는 대체로 정신적이다
고고高高하고 고고苦苦한 것
아버지가 저랬을 것이다
오래된 나무는 모두 무우수無憂樹 같다
아버지 가고
나는 벌써
귀가 순해졌다
바람 몰아쳐도
크게 흔들리지 않겠다
* 춤추지 않는 나무는 없다.
그것이 고고인지 디스코인지 상관없다.
몸속에 세포만 숨긴 게 아니라
마음 속에 수많은 상처를 숨긴 채
신음했다.
지금 들리지 않는다고
성자처럼 서 있는 것 아니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춤을 많이 추었을 테다.
아버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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