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내 시체를 내가 본다?[박용재]

JOOFEM 2006. 12. 25. 08:22
 
 
 
 
 
 
내 시체를 내가 본다? [박용재]
 
 
 


어느날 문득 일어나
없어진 나를 발견하고는
두리번거린다.
어느날 길거릴 걷다가
사라진 나를 알아내고는
어리둥절한다.
어느날 일을 하다가
붕괴된 나를 바라보곤
어처구니 없어 한다.
어느날 술을 마시다가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내 목 속으로 들어가는
나를 바라본다.
어느날 퇴근을 하다가
트럭에 치인 나를 발견, 본다.
너무 무서워, 기가 막혀
어느날 나를 찾아 헤매다가
내 시체를 내가 본다?
 
 
 
 
 

 

 
* 개그콘서트에 유체이탈이라는 코너가 있다.
  쌍동이 형제가 침대에 누워서 유체이탈을 연기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인간은 몸과 혼과 영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몸이 혼과 영을 버린다면,
  혹은 혼이 몸과 영을 버린다면,
  또 영이 몸과 혼을 버린다면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니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
  내가 나를 버리면 이야말로 황당시츄에이션이 아닐 수 없다.
  주말마다 영등포역을 다녀오는데
  늘 만나는 노숙자들은 자기를 버린 사람들이다.
  그리고는 자기를 버린 사람을 원망하며 투덜거리거나 눈을 부릅뜨거나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두드리며 스스로를 부자유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제발 그들이 자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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