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체를 내가 본다? [박용재]
어느날 문득 일어나 없어진 나를 발견하고는 두리번거린다. 어느날 길거릴 걷다가 사라진 나를 알아내고는 어리둥절한다. 어느날 일을 하다가 붕괴된 나를 바라보곤 어처구니 없어 한다. 어느날 술을 마시다가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내 목 속으로 들어가는 나를 바라본다. 어느날 퇴근을 하다가 트럭에 치인 나를 발견, 본다. 너무 무서워, 기가 막혀 어느날 나를 찾아 헤매다가 내 시체를 내가 본다?
* 개그콘서트에 유체이탈이라는 코너가 있다.
쌍동이 형제가 침대에 누워서 유체이탈을 연기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인간은 몸과 혼과 영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몸이 혼과 영을 버린다면,
혹은 혼이 몸과 영을 버린다면,
또 영이 몸과 혼을 버린다면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니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
내가 나를 버리면 이야말로 황당시츄에이션이 아닐 수 없다.
주말마다 영등포역을 다녀오는데
늘 만나는 노숙자들은 자기를 버린 사람들이다.
그리고는 자기를 버린 사람을 원망하며 투덜거리거나 눈을 부릅뜨거나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두드리며 스스로를 부자유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제발 그들이 자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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