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살아있는 날은[이해인]

JOOFEM 2007. 3. 10. 09:30
 
 
 
 
 
 
살아있는 날은[이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있는 연필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 살아있는 날은 다  生日이다.
  한자루의 연필이 점점 마멸되어 몽당연필이 되면
  살아있는 날은 죄다 生日이 된다.
  남아있는 삶이 얼마없어도
  처음처럼 단정하게 품위를 지키며
  生日을 지켜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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