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비누에 대한 비유[복효근]

JOOFEM 2007. 3. 10. 17:32

 

 

 

 

 

 

비누에 대한 비유[복효근]

 

 

 

 

 

 

온전히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가령, 비누를
한사코 미끄러져 달아나는 비누를
붙잡아 처바르고 안고 애무해보지만
사랑한 것은 비누가 아니라 비누의 거품일 뿐
비누의 심장에 다가가 본 적 있는가
비누에게 무슨 심장이냐고?
그렇다면 비누가 그런 것처럼
제 살 한 점 선선히 내어준 일 있었는가
누구의 더러운 냄새 속으로 녹아 들어가
한번이라도 뜨거운 심장을 증명해 본 일 있었던가
고작해야
때얼룩 허물을 벗어 안겨주면서도
눈앞에 있을 때
참으로 간절히 참으로 간절히
비누에게 있는 비누의 이름을 불러준 적 있는가
닳아 없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불러보는 없는 이름
여보, 비누
없어 비누

 

 

 

 



 

 

 

 

* 더러운 것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가령, 아기엄마는 아기의 똥이 손에 묻어도 더럽다 하지 않는다.

  중풍으로 누운 남편을 아내가 하는 병수발이 또한 그러하다.

  비누는 제 한몸을 더러움속에 던지고 다 준다해도 이것이 사랑이야 말하지 않는다.

  세월이 한참 지나고 사라지고 나서야 불러보는 이름, 그것이 사랑이다.

 

  우리는 지금 이순간을 사랑이라고 불러야 직성이 풀리는건가.

  그렇다면 매일 아침저녁 외쳐볼까나.

  여보, 사랑

  없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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