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청춘을 다 바쳐서-노래제목같아

JOOFEM 2007. 5. 12. 13:17

 

  스물네살에 찍은 사진, 사진첩에 있는 흑백사진을 폰카메라로 찍었다.

  일백칠십명을 거느렸던 젊은 군인으로 살았던 그 시절의 모습이다.

 

 

 

 

 

 

 

 

스물 네 살의 산꼭대기 [김정란]



난 스물 네 살에
산꼭대기로 올라가기로 결정했어
웬만큼 살았으니까
이젠 뭘 좀 알아야 하잖아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몸을 돌려보았어
내가 지나온 계곡 물이 환히 보였어

나는 깃발을 들었어
바람이 불어왔거든
신호가 필요했어
바람에게 내가 거기 왔다는 걸
알려야 하잖아

계곡에선 듣건대 대개 엇비슷한 얘기들뿐이었어
그런데 왜들 그렇게 갈팡질팡 법석인지
도대체 알 수가 있어야지

난 요정처럼 팔랑팔랑 뛰었어
무엇이든지 알고 싶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산꼭대기에 올라왔어
바람에게 물어보면 가르쳐줄지도 모르잖아

밤새 그곳에 있었어 깃발을 들고

밤이 내리고
어둠이 숲 위에 긴 망토를 덮었어
달이 떠오르자 숲이 바르르 떨었어
그러자 숲속에서 만물이 천천히 걸어나왔어
귀신들이 哭을 하고 어디선지 음울한 방울소리도
들려왔어 윙윙 바람이 상형문자로 불었어
몸이 얼음처럼 꽁꽁 얼어붙었어
신성한 소름이 내 몸을 유선형으로 만들었어
밤속으로 내 날렵한 몸이 튕겨나갔어

하지만 그뿐, 난 다시 땅바닥에 던져졌어
바람 소리 귓가에 윙윙대고
지금은 난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해
무서워서 너무나 무서워서 내 몸은 떨고 있어
하지만 알고 싶어
바람의 말을 언젠가 배우게 될까
그랬으면 좋겠어
그럼 계곡에 가서 사람들이랑 살아야지
오래 오래
주름살마다 바람의 말 참하게 새겨넣고

 

 

 

 

 

 

*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삶을 통해 느끼기도 했고

  경험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학을 통해 접하며 알기도 했던 젊은 날,

  이제 그만한 나이를 훌쩍 지나와

  곧 오학년이 된다는 나이에 하나씩 둘씩 내려놓으며 살아 간다.

  오르기만 했던 삶이 이제는 가벼움을 위해 하나,둘 무거움을 던다.

  이십칠년을 따라다녔던 목사님과의 동행을 멈추기로 했다.

  오랜 세월때문에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나님께 자녀이기에 인정 받고 싶다.

  내일 성도들에게 인사하고 천안에 새둥지를 틀기로 했다.

  나름대로 교회의 틀을 잡는데 기여를 했으니 내려놓아도 하나님은 아실 게다.

  큰애가 묻는다. 아빠, 이제 권사가 아닌거야?   - 그래.

  하나님의 자녀인 까닭에 그것이 큰 백그라운드인데 직분이 중요치 않은 게다.

  교회에서 내일 떡으로 잔치를 해준다고 하니 고맙기도 하다.

  스물넷의 나이만큼 세월이 흐른 뒤에

  또다른 교회에서 떡으로 잔치해주기를 바라며

  하늘아래에서 평안을 찾고자 한다.

  청춘을 다 바쳐 지나온 세월에 감사하며

  인사말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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