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정리하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노래책을 찾았다.
석화 제 1집.
이십칠년의 세월속에 누렇게 바랜 이 책은 내게 소중한 책이기도 하다.
서울대는 메아리, 이화여대는 한소리.
팔십년대 한창 학생운동을 할 때면 운동가요가 데모를 이끄는 힘이었다.
내가 다니던 대학은 데모로 유명했어도 메아리같은 운동가요 전문 서클은 없었다.
대학가요제에서 입상한 한 선배는 늘 서클실 구석에서 벤조를 퉁기며 노래를 불렀고 대학가요의 서정적인 맛과 멋을 풍겼다.
그 선배가 석화라는 서클을 만들었고 적어도 첫해에는 서정적인 서클이었다.
한해뒤에는 결국 운동가요가 주류가 되었다.
나의 절친했던 친구 창수는 이 석화의 멤버였고 기타를 아주 잘 쳤다.
교련시간은 정말 따분하고 재미없는 시간이다.
뙤약볕에 앉아서 대충 낙서나 하며 시간을 죽이곤 했다.
내가 잡기장에다 낙서를 하면 창수가 노래를 지었다.
제목도 맘대로 지가 정하고 낙서도 조금 뜯어고쳐서 노래 한 곡을 짓는다.
덕분에 내 이름도 1집에 실렸다.
팔십육년 최전방 지피에서 라디오 심야방송에서 이 노래를 듣기도 했다.
잘 쓴 가사도 아니고 잘 지은 곡도 아니지만
젊은 나이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누렇게 바랜 책이지만 그 젊음이 아름답던 시절로 기억된다.
그리고 잡기장의 낙서도 저렇게 노래가사가 될 수 있다는 것......
아, 창수가 대학가요제만 나갔어도 유명해질 수 있었는데.....ㅋ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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