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바람의 악수[이정록]

JOOFEM 2008. 3. 29. 16:20

 

 

                                                                                            청려장

 

 

 

 

 

바람의 악수[이정록]

 

 

 

 

 

   명아주는 한마디로 경로수敬老樹다.

   혈액순환과 신경통과 중풍 예방에 그만이다.

 

   고스란히 태풍을 맞아들이는 어린 명아주. 거센 바람이 똬리를

튼, 그 자리가 지팡이의 손잡이가 된다. 세상에는 태풍을 기다리

는 푸나무도 있는 것, 태초부터 지팡이를 꿈꿔온 명아주 이파리

들이 은갈치처럼 파닥인다.

 

   길을 묻지 마라. 허공을 헤아리면 세상 다 아는 것이라고, 명아

주 지팡이가 하늘을 가리킨다. 먼 바다에서 바람꽃 봉오리 하나

소용돌이치는가? 그 태풍의 꽃보라 쪽으로 지팡이의 숨결이 거칠

어진다.

 

   먼저 풍 맞아본 자가 건네는, 바람의 악수.

   노인이 문득 걸음을 멈춘다. 오래된 바람 두어 줄기가 정수리

밖으로 빠져나간다. 바람의 길이 하늘 꼭대기까지 청려장靑藜杖으

로 내걸린다.

 

 

                         2008현대문학상 수상시집에서

 

 

 

 

 

 

* 명아주를 아세요?

- 네, 잘 알죠. 여기 이 까마중도 아는데요.

어머나,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ㅎㅎ

 

자주 가는 우보라는 식당은 정원이 들꽃,들풀들로 잘 꾸며져 있다.

사오십명이 가든파티하기에 딱이어서 가끔 미국본사에서 임직원이 오면

파티를 하는 곳이다. 파티라야 화로에 둘러앉아 돼지바베큐에 소주를 먹는 거다.

식당주인 아주머니는 정원을 잘 관리해서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름을 잘 모르는 야생초를 많이 갖다 심어놓고 열매맺는 나무도 꽤 있다.

인심이 후해서 가을에 다 따먹어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월의 마지막 밤쯤되면 음악회를 열어서 손님들을 초대한다.

소금,백설탕,미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정원에서 직접 뜯은 나물로 샐러드를 만들어주고

된장이나 모든 식재료는 직접 만든 것들이다.

주인 아주머니의 마음이 꼭 이 야생초들 같다.

 

아직까지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를 본 적은 없지만

태초부터 지팡이를 꿈꾸었던 청려장을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

아니, 누가 선물로 주면 좋겠다.

중풍예방에 그만이라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