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게으른 사람은 아름답다[이문재]

JOOFEM 2008. 4. 5. 09:09

                                                                                            흔들리는 존재[고영우]

 

 

 

 

게으른 사람은 아름답다[이문재]

 

 

 

 

 

나팔꽃처럼 나는 아침에

피어나지 못한다

엊저녁 젖은 길 바지에 매달려

흔들린다 아침에게 늘

미안하다

 

게으른 사람은 힘이 세다

아프도록 게을러져야 한다

 

아침 지하철에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신의 명령과......

점심에 먹을 개소주가 흘러나온다

 

두 눈 부릅뜨면 해를 볼 수 없다

병이 날 만큼 게을러 보고 싶다

시청 역에 붙은 위장약 광고

꾸역꾸역 개찰하며 약봉지를 버린다

 

게으른 사람이 힘이 세다

 

게으르면 거짓말을 못한다

 

서머타임 시계바늘을 돌려놓으며

사람들이 욕을 한다

피로 회복제를 먹는 점심

 

게으른 사람만이 아름다울 수 있다

아플 만큼 한번 게을러져야 한다

 

해바라기처럼 나는 노을을

놓아주지 못한다 늘 저녁에게

잘못한다

 

게으른 사람만이 볼 수 있다

 

 

 

 

 

 

 

 

 

* 개미와 베짱이,를 비교하면

지금은 개미만 반드시 옳다라고 하지 않는다.

베짱이도 나름 인정받고 사는 시대이다.

사회,혹은 조직에서는 두 부류로 나눈다. 개미와 베짱이다.

사실 옛날에는 양반이 베짱이였고 상민이 개미였지만 오늘날 자본주의시대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양반들도 공부하느라고 머리 싸매기도 했겠다만은 신분이 세습된 덕에 띵까띵까하기도 했을 게다.

좀더 시대를 올라가면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은 사냥을 하러 나가지 못하고 동굴에 남아 벽에다 그림그리고

숟가락으로 리듬타고, 사념의 세계에서 유희를 즐기고, 때로는 목청으로 별난 소리도 내고 그랬을 게다.

그러니 게으른 사람은 점점 아름다워졌을 테다.

요즘은 베짱이도 잘만하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청소년들의 꿈은 연예인혹은 예술인이 되어 게으르지만 아름다움을 뿜어내며 살고 싶어 한다.

결론은 게으른 사람은 아름답다,가 되어버렸다.

게으른 사람이 부러운 건 나는 한번도 게으름을 부려보지 못했다는 까닭이다.

학교 졸업하고 바로 군대갔다가 제대하자마자 직장잡고 결혼하고 공부 조금 더 하고 쉼없이 앞으로만 달려왔다.

이제는 사오정도 지나고 오륙도를 향해 가고 있으니 어쩌면 게으름을 피워 볼 날도 다가오는 듯하다.

곧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얼마나 희망적인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