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철길 1996[한운성]
영포(零浦), 그 다음은?[황동규]
자꾸 졸아든다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십리포
다음은 그대 한발 앞서 간 영포
차츰 살림 줄이는 솔밭들을 거치니
해송 줄기들이 성겨지고
바다가 몸째 드러난다.
이젠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영포 다음은 마이너스포(浦).
서녘 하늘에 해 문득 진해지고
해송들 사이로 바다가 두근거릴 때
밀물 드는 개펄에 나가 낯선 게들과 놀며
우리 처음 만나기 전 그대를 만나리.
* 태안을 지나 끄트머리로 가면 탁 트인 만리포 바다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면 천리포,백리포,십리포가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인생도 이 바다와 같아서 갈수록 졸아든다.
가장 마지막에 도달한 영포에서 막다름을 만난다.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더이상 없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마이너스포를 만들고, 있을 거라고 우긴다. 희망을 품는다.
윷놀이에서 빽도를 만든 최초의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이제는 마이너스포다. 빽도다.
막다름에서 처음 만나기 전의 나를 생각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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