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저린 사랑[정끝별]

JOOFEM 2008. 11. 15. 17:14

 

 

 

 

 

 

저린 사랑[정끝별]

 

 

 

 

당신 오른팔을 베고 자는 내내

내 몸을 지탱하려는 내 왼팔이 저리다

딸 머리를 오른팔에 누이고 자는 내내

딸 몸을 받아내는 내 오른팔이 저리다

제 몸을 지탱하려는 딸의 왼팔도 저렸을까

 

몸 위에 몸을 내리고

내린 몸을 몸으로 지탱하며

팔베개 돌이 되어

소스라치며 떨어지는 당신 잠에

내 비명이 닿지 않도록

내 숨소리를 죽이며

 

저린 두 몸이

서로에게 밑간이 되도록

잠들기까지 그렇게

절여지는 두 몸

저런, 저린 팔이 없는

 

 

 

 

 

 

 

* 저린 팔 때문에 비명이라도 질러야 할텐데

내 숨소리를 죽이며

사랑하는 당신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당신은 알고 있을텐가

짐짓 모른체 하는 당신의 마음도 나는 알고 있을 테다.

으, 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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