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를 위한 기도 목장일기[김혜원]
일주일째 수수밭 그늘에 누운 성은*이
차마 눈을 못감는다
저 아이의 눈을
'누가 좀 감겨 줬으면, 제발 그리 해 줬으면'
"............"
푸- 후-
대신 응답하듯 내려놓은 목숨 줄로
설렁줄 흔들 듯
나를 부른다
눈물 찍는 내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다
송아지 울음에
가다 말고 돌아보는 성은의 눈빛이 노을보다 붉다
해열을 위해 뿌린 물이
수세 걷음이 된 먼 길에 딸려 보낸
팔월 해는 길기도 하다
* 필자 목장에서 기르는 젖소 이름
* 시의 끄트머리에 注가 달려있었는데 놓쳤었다.
그냥 유년의 기억이거나 삶의 경험이려니 생각했는데 목장을 하시는 줄은 몰랐다.
김시인님을 만나 대화하다 목장얘기가 나와
목장 하세요? 하고 물었다가
내 시, 안읽었구나, 하시는 바람에 얼마나 미안하였던지......ㅎ
집에서 목장하실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하였다.
오직 시만 쓰시거나 시와 관련된 일만 하실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소를 키우면서 자식을 보내듯 보냈을 가슴아픈 이야기다.
시를 쓰시면서 얼마나 눈물을 찍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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