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모과[김중식]

JOOFEM 2008. 11. 20. 21:40

 

 

 

 

 

 

 

모과[김중식]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 비틀어지고

영혼이 꺼멓게 탈진할수록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과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의지는 사랑이다

 

오, 가난에 찌든 모과여 망신亡身의 사랑이여!

 

 

 

 

 

 

* 바람이 분 것도 아닌데 모과나무에서 모과가 툭,하고 떨어졌다.

매달려있을 땐 몰랐는데 참 못생기고 불쌍하다.

냄새가 좋으면 주워볼 테지만 의지가 박약한 사랑같아 줍진 않았다.

능금이 계집이라면 모과는 사내이고

사내냄새가 나는 찌든 사랑의 모습이다.

버림을 받고도 이두박근, 삼두박근 구르고 자빠져 있다.

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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