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을 찍었다[박남준]
자꾸 뒤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가 강을 건너온 것은 옛날이었다 옛날은 다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스스로 늙어 자폐되었다 언제였던가 꿈결처럼 다가왔던 저편의 강가 그때 비로소 강가에 이르렀을 때 꽃과 나무와 새들의 시간이 과녁처럼 가슴을 뚫고 멀어져갔으며 낡고 바래어 희미해졌던 전생의 아수라 같은 삶들이 너무나 완강한 흑백으로 뚜렷해지던
누가 등뒤에서 부른다 강에 이르는 길이 저기쯤일 거다
* 아들이 야자 끝나면 아홉시이거나 열한시.
늘 같은 방향이라 태워주던 아들 친구가 있었다.
오늘 그 친구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것도 스스로......
고삼이 되는 아들과 초등학생을 남겨두고 떠날만큼 세상이 그리 몰아세웠나보다.
안타까운 마음에 저편의 강가가 흑백으로 클로즈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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