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 책 읽어주는 남자
주인공 마이클은 열다섯의 어린 나이에 마흔쯤 되는 한 여자를 알게 된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또래의 계집을 놔두고 어머니에 가까운 여자를 사랑하게 된 거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이 여자, 한나의 집으로 달려가 사랑을 하고 몸도 씻기우게 하였다.
우연히 학교에서 배운 문학책을 읽어주게 되었는데 한나는 열심히 경청하고 좋아했다.
한나는 마이클에게 책을 아주 잘 읽는다고 칭찬을 했고
마이클은 자기가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잘 하는 것도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신이난 마이클은 점점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신명나게 읽어줌으로써 한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어느 날 한나는 전차 차장에서 사무관리직으로 승진하고는 그 날 마이클과 대판 싸운다.
마이클은 자신의 생일에 찾아온 자기를 푸대접하고 뺨까지 때린 것을 원망하고 한나는 한나대로 화를 냈다.
며칠 후에 한나는 이사를 가버렸다. 아무런 말도 없이......
마이클은 법대에 진학해서 수업겸 법정에 갔다가 우연히 법정에 선 한나를 만난다.
한나가 유태인을 감시하는 감시원으로 일한 것과 유태인을 죽인 것이 법정에 선 이유였다.
한나는 자신의 비밀인 문맹이 탄로나는 것을 원치 않아 순순히 죄를 뒤집어썼다.
마이클은 이삿짐을 정리하다 그 옛날 한나에게 책 읽어주던 것을 떠올리고 감옥에 있는 한나를 위해 그 옛날 책들을 녹음해서 테이프로 보내주고 행복해 한다.
무기징역이 이십년으로 감형되어 출소를 앞둔 한나의 유일한 지인으로 마이클이 지명되어 감옥으로 가서 한나를 만났지만 썩 매끄럽지 않은 대화 끝에 한나는 실망하고 감옥 안에서 자살한다.
어찌보면 마이클에게는 평생 이 한 여자만을 사랑한 건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한나에게 좀더 따뜻하게 말했더라면, 좀더 다정히 두 손을 꼭 잡아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책 읽게 하는 여자
또다른 주인공 한나는 마흔쯤의 나이에 열다섯살의 꼬마를 만나 외로움을 달래려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우연히 꼬마가 책을 읽어주게 되었는데 퍽 재미있어 했다.
세상과 단절되어 사는 쓸쓸함에 한나는 책읽어주는 마이클과 잠시 행복한 생활에 빠진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만의 비밀인 문맹이 탄로날까봐 긴장하며 산다.
자전거여행을 가서도 자신의 문맹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메뉴판을 읽는 대신 마이클이 시키는 메뉴를 따라 시켰다.
전차 차장이 직업이었던 한나는 성실한 덕분에 사무관리직으로 승진하지만 별로 달가와 하지 않았고
사랑하는 마이클과 헤어지면서까지 도망치듯 사라졌다.
아마도 추측컨대 자신의 문맹이 탄로날까봐 직장을 그만 둔 것일게다.
법정에서 유태인을 감시했던 다른 감시원들이 한나를 모함하여 한나가 감시대장이라고 거짓증언을 하고 수용소일지를 한나가 작성한 것이라고 거짓증언을 한다.
재판장은 한나의 필적을 확인하기 위해 글을 써보라고 하지만 한나는 자기가 대장이었노라고 불고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자신이 문맹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보다 차라리 감추고 징역사는 것을 택한 셈이다.
감옥에서 아무하고도 소통하지 않은 채 살던 한나에게 책읽어주는 남자로부터 받은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서서히 문자를 알게 된다.
새로운 인생이 열리는 거였고 신이 나서 스스로 문자를 터득하고 마이클에게 짧지만 편지도 쓰게 된다.
대개 한 문장이 전부인 편지였다.
# 비밀과 자존심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을 지키면서 사는데에는 그 이면에 자존심이 도사리고 있다.
한나처럼 자신의 문맹이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전과자일 수도 있고, 이혼 경력이 있을 수도 있고, 가짜 박사일 수도 있고, 대개는 부끄러운 자기의 치부일 테다.
비밀이 햇빛에 드러나면 자존심이 구겨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비밀에 대해 함구하며 살 게 틀림없다.
좀더 긍정적인 비밀을 뒤져보면 어린 시절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비밀도 있을 거지만 그런 종류의 비밀은 자존심에 상처를 주진 않는다.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는 걸 알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한나의 자존심은 대단한 것이어서
사랑도 버릴 수 있고 목숨도 버릴 수 있을만큼 소중하다 여기는 가치관인 게다.
친한 친구관계에서도 너무 깊은 마음속 비밀까지 알게 되면 우정이 깨어질 수 있다.
아니 모든 인간관계가 깨어질 수 있다. 마치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의 비밀을 알고 신과 인간과의 관계가 깨어졌던 것처럼......
# 그만 파라, 뱀 나온다[정끝별]
속을 가진 것들은 대체로 어둡다
소란스레 쏘삭이고 속닥이는 속은 죄다 소굴이다
속을 가진 것들을 보면 후비고 싶다
속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속을 끓이는지 애를 태우는지
속을 푸는지 속을 썩히는지
속이 있는지 심지어 속이 없는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다
속을 알수 없어 속을 파면
속의 때나 딱지들이 솔솔 굴러 나오기도 한다
속의 미끼들에 속아 파고 또 파면
속의 피를 보기 마련이다
남의 속을 파는 것들을 보면 대체로 사납고
제 속을 파는 것들을 보면 대체로 모질다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이문재]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그 이삿짐에 경대라고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칠라치면
세상이 죄다 언짢아 보인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
20대 초반 어느 해 2월의 일기를 햇빛 속에서 읽어보라
나는 누구에게 속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는 평생을 2월 아니면 11월에만 살았던 것 같아지는 것이다
* 유리알처럼 들여다 보이는 삶은 왠지 슬퍼 보인다.
뿌연 유리창처럼 가난이나 사악함이나 거짓진실이나
가려지진 않더라도 변명하거나 도망갈 수 있어야 하는데
얄얄이 다 까발기면 도무지 민망하고 도무지 상스럽고 도무지 슬프다.
너무 선명한 햇볕보다는 2월이나 11월처럼 조금이라도 덜 드러나는
햇볕에 몸을 맡기고 살고픈 욕망인거다. ---> 2006.08.13 주페하우스에 게재된 걸 리바이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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