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몸 성히 잘 있거라[권석창]

JOOFEM 2010. 3. 15. 22:10

 

 

 

 

 

 

 

 

 

 

몸 성히 잘 있거라[권석창]

 

 

 

 

 

자주 가던 소주 집
영수증 달라고 하면
메모지에 술갑 얼마라고 적어준다.
시옷 하나에 개의치 않고
소주처럼 맑게 살던 여자
술값도 싸게 받고 친절하다.
원래 이름이 김성희인데
건강하게 잘 살라고
몸성희라 불렀다.
그 몸성희가 어느 날
가게문을 닫고 사라져버렸다.
남자를 따라갔다고도 하고
천사가 되어 하늘로 갔다는
소문만 마을에 안개처럼 떠돌았다.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지
몸 성히 잘 있는지
소주를 마실 때면 가끔
술값을 술갑이라 적던 성희 생각 난다.
성희야, 어디에 있더라도
몸 성히 잘 있거라.

 

 

 

 

 

 

 

 

 

* 팔공학번 동기중에 이성희라고 있었다.

간호학과를 졸업한 성희는 안암동 고대병원 수간호사로 일했었다.

몇년전 우연히 병원앞을 지나다 만나서 차 한잔 나눈 적이 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미국인가로 이민간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고

그 후에 몇년 소식없이 지냈었다.

신데렐라,라는 연극을 할 때 주인공을 맡았던 키 작은 아이, 성희.

며칠전에 영숙이와 통화를 하다 이민갔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하늘 밑이든지 그저 몸성희 잘 지내길 바라며 안부 대신 시 한 수 올린다.

성희야, 몸성희  잘 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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