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리필[이상국]

JOOFEM 2010. 3. 14. 15:46

 

 

 

 

 

 

 

리필[이상국]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집이 몇군데 있다.

종로에 있는 '나무사이로'와 '연두'가 제법 맛이 있다.

천안에 있는 '커피나무'와 '뚜쥬르'도 수준급이다.

청주의 '예가체프'나 대구의'커피나무'도 나름 일품이다.

대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면 다른 종류의 커피를 리필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나무사이로'의 경우 말을 안해도 리필을 해주다가 언제인가부터 리필 주문을 주어야 리필을 해주기 시작했다.

게다가 리필을 허접한 나무잔받침에 주므로써 공짜니까,라는 자존심 상하게 하는 행위까지 하였다.

얼마전에 탄자니아를 주문했는데 떨어졌다는 거다.

영업을 제대로 안하는구나, 준비성이 부족하구나 했는데

리필 주문에 대답을 해놓고도 영 리필을 안해주는 거였다.

삼십분을 기다리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왜 리필을 안해주냐고 하니까 잊어버렸다는 말대꾸에

죄송하다,는 말이 따라붙지 않는거다.

늘 커피 매니아들에게 이 집 커피가 맛있다고 소문내주었는데 두번다시 이 집은 출입을 금하기로 했다.

 

리필은 마시던 잔을 잘 헹구어주고 거기에 정성스럽게 채워주는 성심성의가 있어야 커피맛이 있는 법이다.

사는 게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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