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아이들'로 유명한 이란의 마지드 마지디감독의 최근작, '참새들의 합창'을 보았다.
이란이 영화도 만들어요?라고 눈 크게 뜨고 물어볼런지 모르겠지만 이란은 영화와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다.
요즘은 미국의 적대국가로 분류되어 우리나라도 이란을 제재한다고 난리를 떨지만 우리나라와는 아주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다.
고구려시대때에도 무역을 할만큼 가까운 나라이며 고구려벽화가 이 이란에도 붙어있다. 조금 변형된 그림이긴 하지만......
마침 오늘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란대표팀과 서울에서 친선경기를 가졌는데 역시나 이란이 1대0으로 이겼다.
우리나라가 이기기엔 벅찬 나라일만큼 축구실력이 쟁쟁하고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냐하면 티비 채널 다섯개중에 보통 세개는 축구를 중계한다.
영화도 아주 좋아하는데 여인들은 차도르를 뒤집어쓰기 때문에 야한 영화는 없고 주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즉 신이나 가족 같은 것이 주제를 이룬다.
참새들의 합창은 한 아버지가 타조목장에서 일하다 타조가 한마리 도망가면서 그 책임을 물어 해고되면서 시작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큰 딸은 보청기를 달아야 말을 알아듣는 장애인인데 보청기가 우물에 빠져 고장나게 되고 아버지는 실직 가운데에서도 보청기를 마련하려고 애를 쓴다.
테헤란의 시내에서 오토바이 한 대로 짐꾼 내지는 일종의 택시운전사 노릇을 한다.
아들은 어린 나이에 우물에 금붕어를 키우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열심히 알바를 뛰면서 친구들과 돈을 모은다.
어느 날 아버지는 창고가 무너지면서 허리를 다쳐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가장으로서 절망하게 된다.
아들도 간신히 모은 돈으로 금붕어를 샀지만 통이 깨지면서 금붕어를 다 잃게 된다.
아버지는 좌절하는 아이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꽃은 시들었고 우리 눈에는 눈물이
지난 날을 기억하네 아름답던 지난 날을
이 세상은 거짓말투성이 이 세상은 한낱 꿈
내 젊은 날은 고통속에서 지나갔지
하늘이 내 가슴을 쳤어 그게 당신에 대한 기억
아이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금방 얼굴이 밝아진다.
무엇이든지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영혼은 다분히 긍정적이고 어떤 고난 속에서도 사랑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이란인들은 참 순박하고 착하고 밝은 마음을 가졌다.
낯선이에게도 늘 홍차를 대접하고 불편을 끼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세운상가 같은 전자상가가 나오는데 거의 삼성이나 엘지제품이 눈에 띠고 간혹 중국의 하이얼도 눈에 띤다.
이란에 경제제재를 가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우리가 입는 손실이 훨신 큰 편이다.
이란에서 창문 닫고 다니는 차는 대개 한국 자동차다.
나머지는 이십년쯤된 고물차이고 창문 열고 달려야 바람이 나오는 가야콘이다.(에어컨이 없는 차란 얘기다.)
부자동네에서 보이는 차는 프라이드, 에스페로 같은 좀 오래된 기종들이다.
기름값이 1리터에 30원일만큼 기름은 엄청 싼 나라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반달아바스로 보내야 할 에어컨 500대분을 보내지 못하고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게 수출담당자로서 참 가슴이 아프다.
매출액을 못올려서라기보다는 저 착한 이란인들에게 물건을 보내주지 못하는 게 미안한 마음이기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시간 간격으로 홍차를 타주던 키작은 노인이 생각나고 그 엄격한 나라에서도 혼혈아들이 많던 반달아바스의 항구도로가 생각나고
45도의 뜨거움속에서도 차도르를 뒤집어쓴 여인들이 생각나고 긴 칼에서 빼먹던 양고기구이도 생각났다.
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이란인들에게 참된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이라크처럼 짓밟히지 않고 페르시아의 후예들답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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