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팬티 하나 걸친 나무의 아, 가슴

JOOFEM 2011. 11. 20. 17:50

 

 

 

찬 바람에 나목이 되어

달랑 팬티 하나 걸쳤다.

이보다 더 추운 겨울을 이 알량한 팬티로 나야 한다.

어쩌면 이 팬티조차 걸치지 못한 더 불쌍한 나무가 있을지도 모른다.

팬티 하나 걸쳐준 그 사랑만으로도 감사한 11월이다.

 

세월 참, 금방이다.

아침해가 솟아오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끝자락이다.

한 해의 클라이막스다.

오, 가슴을 느껴야 하는데 아, 가슴을 느끼고 있는 ,

11월이다.

 

그동안 함께 했던 화사한 꽃들과 맑은 하늘과

수많은 짝짓기 게임이었던 울어댐이 안녕을 고하고

고요하고 차분함이 딸랑 팬티 한 장처럼 남게 되었다.

눈이 부시게 푸르렀던 청춘은 이제 다음을 기약하며

불꽃놀이 같은 클라이막스를 노래한다.

오, 가슴이 아닌 아, 가슴으로,

아, 가슴으로

 

 

* 오, 가슴은 김선우의 "아욱국"에서.....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마리오 자코멜리 사진전 2012.11.24-2013.2.24  (0) 2012.12.02
십자가  (0) 2011.12.05
보탑사의 꽃[100515 찍음]  (0) 2010.05.16
유디트  (0) 2009.04.20
[스크랩] 나비[박기영]  (0) 2008.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