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에 나목이 되어
달랑 팬티 하나 걸쳤다.
이보다 더 추운 겨울을 이 알량한 팬티로 나야 한다.
어쩌면 이 팬티조차 걸치지 못한 더 불쌍한 나무가 있을지도 모른다.
팬티 하나 걸쳐준 그 사랑만으로도 감사한 11월이다.
세월 참, 금방이다.
아침해가 솟아오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끝자락이다.
한 해의 클라이막스다.
오, 가슴을 느껴야 하는데 아, 가슴을 느끼고 있는 ,
11월이다.
그동안 함께 했던 화사한 꽃들과 맑은 하늘과
수많은 짝짓기 게임이었던 울어댐이 안녕을 고하고
고요하고 차분함이 딸랑 팬티 한 장처럼 남게 되었다.
눈이 부시게 푸르렀던 청춘은 이제 다음을 기약하며
불꽃놀이 같은 클라이막스를 노래한다.
오, 가슴이 아닌 아, 가슴으로,
아, 가슴으로
* 오, 가슴은 김선우의 "아욱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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