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설假說에 불과해
고로 잠정적일 뿐이니까 잠을 자야 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로 가려고
호시탐탐 노린다 잠잘 기회만을
틈 안나도 자고 눈뜨고도 잔다
살아있으려면 꿈꾸어야 하니까
신神이야말로 시詩의 꿈인데도
받침 하나 모자라서 신이 못되니까
니은(ㄴ) 받침 찾아 천상열차분야지도로 가느라고
걸으며 자고 타고 가며 잔다
말에서 말씀으로 가설에서 진리로 순간에서 불멸로
가는, 지름길은 잠자는 것 뿐이라서.
- "나는 잠잔다, 고로 살아있다"전문
유안진 시인은 신작 시집[걸어서 에덴까지]에서 "시는 삶을 노래해도 죽음을 노래하는 것이 되고
죽음을 써도 살고 싶어 쓰는 것"이 된다는, '시인의 말'을 시작으로 거꾸로 로꾸거 기법으로 쓰여진
고해성사 같은 시편들을 보여주고 있다. 무릎을 꿇고 자신이 걸어온 길의 지문이 묻어있는 발바닥을
내보이는 것 같은 성찰의 시편들에서는 부활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나는 날마다 죽노라"는 역설적
신앙고백을 한 사도바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시 [나는 잠잔다, 고로 살아있다]에서 시인은 "살아있으려면 꿈을 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있
기(의식) 위해서는 꿈(무의식)에로 들어가야 한다는 시인의 거꾸로 로꾸거 화법은, "아직도 가설(假
說)에 불과해"하고 단정적 선언으로 시작한 시를 "니은(ㄴ) 받침 하나 부족해 신(神)이 되지 못한 시
(詩)"로 비틀어 결론을 내린다. 또한 그 결론을 신을 향해 나아가는 시의 꿈에 잇대어 "천상열차분야
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로 가려고" 호시탐탐 잠잘(꿈꿀) 기회만을 노리는 시인 자신에게로 연결시킨
다. 시적 완성을 추구하고자 거꾸로 로꾸거로 궤도탈출을 시도하는 시인이 호시탐탐 노리는 잠자기
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시인은 시[시인론, 지며 살아야지]에서 "지는 게 이기는 거라던 어머니 (중략) 모름지기 시인이
란/ 지는 것으로서 이기는 자라는 사르트르의 시인론을/ 사르트르도 모르면서 어찌 아셨을까? 어머니,
성묘 가야겠다"며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초월(超越)의 정신을 시인이 지녀야 할 품성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필자는 그것이 "말에서 말씀으로 가설에서 진리로 순간에서 불멸로 가는" 것이라는 신앙 고백으
로 이어지고 있음을 본다. 그 신앙 고백은 받침 하나 모자랄 뿐 어느덧 신의 지경(地境)에 닿아있는 시
가 지녀야 할 신의 속성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데, "눈물보다 기도보다/ 손발이라 하시네/ 잘,잘못보
다 상위법上位法이라 하시네/ 신神의 정의正義라 하시네/ 만능열쇠라 하시네/ 사랑이야말로('만능열
쇠')"는 말이 말씀이 되고 가설이 진리가 되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독자에게 "어떤 어둠에도 빛은 있기 마련이라는('백색어둠에서')" 신의 위로(詩)를 건네는 유안진 시
인, [걸어서 에덴까지]라는 서원(誓願)을 한 권, 신께 상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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