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있는 사진을 업어 옴.
서산에 가끔 가는 커피집은 '린'이었다.
커피맛은 그런대로 괜찮아서 좋았는데 다른 데보다는 값이 비싼 편이다.
주인장의 자긍심때문일까.
그렇다고 서비스가 좋은 편은 아니다.
중간중간 물잔을 채워주든가, 리필해 드릴까요, 묻는 법은 없다.
그래서 다른 집을 개발해볼까 해서 '커피나무'를 찾았다.
외진 곳에 함석지붕을 가진 집을 개조해서 커피집을 차린 곳이다.
취향은 아닌 게 잡동사니를 온통 늘어놓아서 정신이 사나왔다.
대전의 아보떼가 델 아르떼(맞나?)보다 더 정신 사납다.
주인장은 키가 큰 남자였다.
나이가 좀 든 편이다.
메뉴판을 내려놓는 각도가 제 서비스정신은 이렇습니다,였다.
그래, 커피맛이 좋으면 뭐든지 용서한다,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니 탄자니아는 없었다.
가장 일반적인 케냐에 도전하고 주문을 했다.
주문을 하고 돌아보니 칠판에 오늘의 커피, 탄자니아라고 써 있는 게 아닌가.
쩝!
벽에 걸린 메뉴판에는 틀린 영어가 많았다.
예를 들면 Guatemala가 Gutemala......이런 식이다.
삼십년전에 다방에 적힌 킬리만자루,가 생각났다. 완전 풉!이다.
커피맛은 좋아야 할텐데......
커피의 맛은 첫모금이다.
첫모금에서 눈으로 들어오는 맛과 코로 느껴지는 향과 혀에서 온몸으로 전달하는 맛을 알게 된다.
첫모금에서 환상을 얻는다면 이건 틀림없이 영혼 있는 커피맛이다.
한번 더 쩝!이다.
첫 눈에 아, 온도가 적절치 못하구나!
향은 아, 진하구나!
맛은 아, '너는 없었어!'였다.
그럼에도 커피값을 다른 데보다 이처넌을 더 주고 나왔다.
또 한번 쩝!이다.
리필해 드릴까요,란 말이 나올까봐 무서워서 얼른 나와버렸다.
다른 테이블의 두 남자가 시킨 메뉴,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가 딱인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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