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비행기 [고민형]
살구나무 비행기를 탔다 누군가 이거 비행기 맞지요 물
으면 승무원들은 그럼요 물론이죠 시원하게 대답해주었
다 비행기가 급락했다 잠든 아이들이 붕 떠서 공중을 유영
했다 天使 같았다 살구 주스에 소주를 넣어 마신 아저씨가
군가를 불렀다 창문 밖으로 비행기 날개가 보였는데 불타
고 있었다 살구나무가 잘 타고 있었다 승무원들이 위험할
수 있으니 모두 앉으라고 했다 한구석에는 승객 둘이 머
리카락을 잡고 뒹굴었다 승무원들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나하고 기장과 부기장도 복도로 나왔다 엔진
이 불타고 있는데 괜찮나요? 그럼요 살구나무는 금방 안
타요 창밖으로 노을이 진다 그 불빛이 감은 눈을 붉게 비
춘다 사람들이 카운트 다운을 외친다 비행기 날개가 떨어
져 나간다 불덩이가 되어 날아간다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
숯이 되었다가 재가 되었다가 흩어진다 잠에서 깬다 뒷좌
석에서 눈을 뜬 나를 보고 아버지가 말한다 잘 자더구나
- 엄청난 속도로 사랑하는, 아침달, 2022
* 재앙은 하루 아침에 오기도 하고 더디게 오기도 한다.
지진이 나서 사람들이 죽고
전쟁이 나서 사람들이 죽는다.
기온이 60도까지 상승해 사람들이 죽을 것 같다.
가뭄이 들고 홍수가 나고 물고기들이 죽고
살구나무 비행기처럼 공중에 떠있어 무엇 하나 제어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이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강우근] (0) | 2024.04.19 |
---|---|
흰 냄새가 나는 식탁 [강성은] (0) | 2024.04.13 |
쉼표가 많은 시 [노미영] (1) | 2024.04.07 |
아는 어른을 지날 때 드는 생각 [손유미] (0) | 2024.03.30 |
목련이 환해서 맥주 생각이 났다 [김서현] (0) | 2024.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