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남길순]
삼촌의 소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삼촌은 입을 가리고 웃는 버릇이 있다
이가 검게 썩어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병나발을 오래 불다보면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잘 안 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삼촌이라는 세계
삼촌이 쓴 소설을 읽는다
나도 놀라고
엄마도 놀라고
가장 놀란 건 소설 속의 삼촌이다
삼촌은 죽은 스티브를
또 한번 목을 졸라 죽이고 있다
택시를 탄 삼촌은
호속작을 써야 한다고 조용한 곳으로
데려다달라고 한다
목적지를 잃어버린 삼촌
강을 따라 내려가며 택시 기사가 갸웃거린다
날개가 자꾸 자라나는
키가 마구 자라는
삼촌은 늙지 않는다
삼촌은 죽지 않는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일 때
빛이나는
삼촌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
- 한밤의 드램펄린, 창비, 2024
* 20세기에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던게 기억난다.
21세기 들어와서는 소설을 읽지 않았다.
아마도 유명 소설가가 표절한 것,
소설가의 후배들이 조각 조각 쓴 것을 짜깁기 한 것 등이
밝혀지면서 소설을 읽지 않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건 내 개인의 경우이다.
이번에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 소설가들이 한강을 표본으로 삼아 소설 쓰는데 정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쨌든 노벨문학상을 받은 건 축하하고
가을인 지금 낙엽 떨어지는 벤치에 앉아 소설 읽는 재미가 쏠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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