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시나무 [신미균]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무가 잎사귀를
부르르 떠는 것은
그동안 들었던
새들의 소리를
털어 내는 것이다
틈만 나면
가지 사이를 옮겨 다니며
죽겠다 못 살겠다 싫다
하소연하는 것들을
묵묵히 들어 주고
감싸 주다 보면
나무도 어느 날은
진저리를 치고 싶을 것이다
시누이 많은 집
맏며느리처럼
- 빈티지풍의 달, 파란, 2026
* 사람들은 많은 친구로부터, 혹은 가족으로부터 못살겠다는 말을 듣게 된다.
내 코가 석자인데도 일일이 못살겠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준다.
그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나를 생각하게 된다.
니가 못살겠다 하지만 나도 못살것 같은데 그럼에도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그래, 맞아! 동조해준다.
그냥 하소연하는 것만으로도 들어주는 이가 있으니 속이 후련한 것일까.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살아가는 우리네의 앞길은 휘청휘청대는 갈짓자 길과도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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