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로부터 먼지로부터 [장석원] 천원 한 장을 구걸하는 남자 떠오른 돌멩이 같은 비둘기들 처음 와본 것 같다 어떤 명령에 의해 걸음을 멈추었을까 뒤를 돌아본다 움푹 패어 있다 한 움큼 뽑혀나간 듯하다 광장은 쪼개지는 곳 바람이 그러하듯 광장은 중심을 지나지 않는다 바람과 햇빛, 습도와 명암까지 똑같다 지루하고 무한한 한 번의 삶이었지만 걸인이기도 하고 한 그루 나무이기도 하고 첨탑에 걸린 구름이기도 하지만 지워진 얼굴로 여기까지 걸어왔지만 횡단하는 비둘기로 가득 찬 하늘 밑에서 잠을 생각한다, 사랑의 복습을 꿈꾼다 그때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또한 아무것이기도 했다 서울역 광장의 남측면에 자리잡은 매점 앞 여섯시의 저무는 태양 아래 나는 가만히 서 있다 라디오에서 시보가 흘러나온다 라디오는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