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의 생존법 [정은기] 선인장의 생존법 [정은기]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집안의 선인장이 말라 비틀어져 있다 차례차례 포기할 것의 목록을 작성하며 뿌리로부터 가장 먼 곳의 잎사귀, 가장자리로부터 스스로 숨을 놓는 선인장 그렇게 조금씩 죽음을 늦추고 있었다 제 숨을 한 번에 들었다 놓지 못하는 .. 시와 감상 2008.02.15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정윤천]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정윤천] 먼 곳에 두고 왔어도 사랑이다. 눈 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제 혼자서 부르며 왔던 그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를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했을지도 모를 외로운 열망같은 기원이 또한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시와 감상 2008.02.10
오체투지(五體投地){이수익] 오체투지(五體投地){이수익] 몸을 풀어서 누에는 아름다운 비단을 짓고 몸을 풀어서 거미는 하늘 벼랑에 그물을 친다. 몸을 풀어서, 몸을 풀어서, 나는 세상에 무엇을 남기나. 오늘도 나를 자빠뜨리고 달아난 해는 서해바다 물결치는 수평선 끝에 넋놓고 붉은 피로 지고 있는데. * .. 시와 감상 2008.02.06
오빠[문정희] 오빠,라 불러주려고...... 오빠[문정희] 이제부터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모두 오빠라 부르기로 했다 집안에서 용돈도 제일 많이쓰고 유산도 고스란히 제 몫으로 차지한 우리집의 아들들만 오빠가 아니다 오빠! 이 자지러질 듯 상큼한 이름을 이제 모든 남자를 향해 다정히 불러주기.. 시와 감상 2008.02.01
어느 밤의 누이[이수익] 어느 밤의 누이[이수익] 한 고단한 삶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혼곤한 잠의 여울을 건너고 있다. 밤도 무척 깊은 귀가길, 전철은 어둠 속을 흔들리고... 건조한 머리칼,해쓱하게 야윈 핏기없는 얼굴이 어쩌면 중년의 내 이종사촌 누이만 같은데 여인은 오늘 밤 우리의 동행을 아는지 모.. 시와 감상 2008.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