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안도현] 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안도현] 어릴 때, 두 손으로 받들고 싶도록 반가운 말은 저녁무 렵 아버지가 돼지고기 두어근 끊어왔다는 말 정육점에서 돈 주고 사온 것이지마는 칼을 잡고 손수 베어온 것도 아니고 잘라온 것도 아닌데 신문지에 둘둘 말린 그것을 어머니 앞에 .. 시와 감상 2008.01.20
봉인된 지도[이병률] 조영숙..... 존재이유 봉인된 지도[이병률] 지구와 달의 거리가 지금보다 훨씬 가까워 달이 커 보였던 때 일년은 팔백일이었고 하루는 열한 시간이었을 때 덫을 놓아 잡은 짐승을 질질 끌고 가는 당신, 당신이 낸 길을 없애려 눈은 내려 덮이고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얼어붙은 날이 .. 시와 감상 2008.01.20
새벽 네시 새벽 네 시[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밤에서 낮으로 가는 시간. 옆에서 옆으로 도는 시간. 삼십대를 위한 시간. 수탉의 울음소리를 신호로 가지런히 정돈된 시간. 대지가 우리를 거부하는 시간. 꺼져가는 별들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시간. 그리고-우리-뒤에-아무것도-남지 않을 시간... 시와 감상 2008.01.15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이문재]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이문재] 아빠는 고시원에 계시고 엄마는 아마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찬찬찬,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컵라면이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텔레비전이었고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방과 후 학원이었다. 그렇다고 이 할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아빠는 몇 년.. 시와 감상 2008.01.12
해에게서 소년에게[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최남선] 『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따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泰山)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따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 시와 감상 2008.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