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한 끼[윤의섭] 세상의 마지막 한 끼 [윤의섭]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언제나 배가 불편한 칠순을 반이나 넘어선 할머니 큰손자며느리가 맹장염으로 입원했기에 점심거리로 혼자 국수를 만든다 냉동실에서 꺼낸 국수가락은 잘게 부서져 어느 한 줄기 긴 가락으로 온전하게 이어진 것 없고 끊어지고.. 시와 감상 2007.10.26
수배전단을 보고[윤성택] 수배전단을 보고[윤성택] 귀갓길에 현상수배 벽보를 보았다 얼마나 많은 곳에 그의 자유를 알려야 하는지 붉은 글씨로 잘못 든 生의 내력이 적혀 있다 어쩌다 저리 유명해진 삶을 지켜 봐달라는 것일까 어떤 부릅뜬 눈은 생경한 이곳의 나를 노려보기도 한다 어쩌면 나도 이름 석.. 시와 감상 2007.10.26
마음의 창살[송경동] 마음의 창살[송경동] 잡범 징역 세 번 살며 배운 거라곤 내 밥그릇 두 개면 누구 하난 밥그릇이 없다는 것 내가 떡잠이면 누구 하난 새우잠이라는 것 낙하산 타고 들어온 놈 있어 세월 가도 왈왈이 되지 않는다는 것 싸우려면 끝까지 싸워야지 도중에 그만두면 영원히 찌그러진다는 것 <바다출판사, .. 시와 감상 2007.10.26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프랑시스 잠] Vermer - The Milkmaid c. 1658-60 Oil on canvas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병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 시와 감상 2007.10.23
마른 들깻단[정진규] 마른 들깻단[정진규] 다 털고 난 마른 들깻단이 왜 이리 슬프게 좋으냐 눈물나게 좋으냐 참깻단보다 한참 더 좋다 들깻단이여, 쭉정이답구나 늦가을답구나 늙은 아버지답구나 빈 밭에 가볍게 누운 그에게서도 새벽 기침 소리가 들린다 서리 맞아 반짝거리는 들깻단, 슬픔도 저러.. 시와 감상 2007.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