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섹스에 대한 기억[김나영] 신윤복畵 어느 섹스에 대한 기억 [김나영] 온 동네가 가난을 식구처럼 껴안고 살던 시절 언니와 나는 일수(日收)심부름을 다녔다. 우리 집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일수(日收), 월곡동을 지나 장위동을 거쳐 숭인동까지 카시오페아좌처럼 뚝뚝 떨어져 있는 다섯 집을 다 돌면 일.. 시와 감상 2007.09.21
새로 돋는 풀잎들을 보며[오승강] 새로 돋는 풀잎들을 보며[오승강] 누이는 영해로 시집가고 재행길 일가붙이 모여 신랑을 다루며 웃고 들썩일 때 서른 한살 처녀인 고모는 외딴 방에서 그 소리 귓전으로 들으며 쓸쓸히 피 쏟아가며 죽어 우리 식구들 경황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그 죽음을 숨길 때도 오늘처럼 .. 시와 감상 2007.09.20
! [최영철] ! [최영철] 오래 견딘 눈물 같은 것이었을까 주르륵 일직선을 그으며 떨어지다가 출렁, 한 방울 이슬로 맺혔다 저렇게 흘러내리다가 일순간 떨어지는 것들의 힘 처박히면서 똘똘 뭉쳐 바닥을 파고들며 작고 둥글고 깊게 정수리 한가운데 못을 박았다 누군가의 문장에 찍힌 너를 보.. 시와 감상 2007.09.19
찰옥수수[김명인] 찰옥수수 [김명인] 평해 오일장 끄트머리 방금 집에서 쪄 내온 듯 찰옥수수 몇 묶음 양은 솥뚜껑 째 젖혀 놓고 바싹 다가앉은 저 쭈구렁노파 앞 둘러서서 입맛 흥정하는 처녀애들 날 종아리 눈부시다 가지런한 치열 네 자루가 삼천 원씩이라지만 할머니는 틀니조차 없어 예전 입맛만 계산하지 우수수 .. 시와 감상 2007.09.16
우화羽化의 꿈[오탁번] 꽃을 사랑하는 저, 우아함 혹은 고상함 우화羽化의 꿈 [오탁번] 대나무를 기르는 사람이 영 대쪽같지 않고 난을 기르는 사람이 난커녕 잡초 되어 살아가는 한 많은 한세상 나의 삶이 끝나면 블랙홀 근처 조선 소나무 가지 위에 나는 매미나 한 마리 되어 맴맴맴 우주가 떠나가도록 .. 시와 감상 2007.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