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먹듯이[문정희] 사과를 먹듯이[문정희] 가령 사과를 먹듯이 시간을 그렇게 먹다 보면 1년 내내 땅이 보호하고 햇살이 길러낸 한 알의 붉은 사과를 먹듯이 그렇게 조금씩 향기를 먹다 보면 그 향기로 사랑을 시작하고 그 빛깔로 사랑을 껴안다 보면 아름다운 자연처럼 푸르게 다시 태어날 수도 있.. 시와 감상 2005.08.04
백평의 꽃밭[김성옥] 백평의 꽃밭 [김성옥] 돌아가 고향 마을의 이장이 될 꿈을 가진 공무원이 있다. 나라 살림 궂은 일 틈에도 어린 시절흰눈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초가지붕 짚풀을 타고 봄비가 삭혀 떨어지는 낙수의 부드러움을 생각하는, 산자락을 타고 낮게 내려앉는 칠흑의 어두움과도 만났던. 참 복 많은 사람이라고 .. 시와 감상 2005.08.04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이선관]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이선관] 살과 살이 닿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가령 손녀가 할아버지 등을 긁어 준다든지 갓난애가 어머니의 젖꼭지를 빤다든지 할머니가 손자 엉덩이를 툭툭 친다든지 지어미가 지아비의 발을 씻어 준다든지 사랑하는 연인끼리 입맞춤을 한다든지 이쪽 사람과 윗쪽 사람.. 시와 감상 2005.08.04
상사[김남조] 상사(想思)[김남조] 언젠가 물어보리 기쁘거나 슬프거나 성한 날 병든 날에 꿈에도 생시에도 영혼의 철삿줄 윙윙 울리는 그대 생각, 천 번 만 번 이상하여라 다른 이는 모르는 이 메아리 사시사철 내 한 평생 골수에 전화 오는 그대 음성 언젠가 물어버리 죽기전에 단 한 번 물어보리 그대 혹시 나와 같.. 시와 감상 2005.08.04
편지지와 편지봉투[오규원] 편지지와 편지봉투[오규원] 당신의 편지를 오후에 받았습니다 그래도 햇빛은 뜰에 담기고 많이 남아 밖으로 넘쳤습니다 내 손에서는 사각사각 소리가 났습니다 당신의 편지는 사각 봉투였습니다 사각 봉투 끝은 오후의 배경을 가리켰습니다 당신의 편지는 A4 용지였습니다 A4 용지는 단정하고 깍듯했.. 시와 감상 200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