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엽서[안도현] 가을 엽서[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 예수님은 하늘에 계시지 .. 시와 감상 2005.07.23
가을 [정진규] 가을[정진규] 풀벌레 울음소리들이 시간을 가을 쪽으로 애써 끌어당 긴다 밤을 지새운다 더듬이가 가을에 바싹 닿아 있다 만 져보면 탱탱하다 팽팽한 줄이다 이슬이 맺혀 있다 풀벌 레들은 제가 가을을 이리로 데려오고 있다고 말하고 싶 을 것이다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라고 믿게 한다 .. 시와 감상 2005.07.23
연탄 한 장[안도현] 연탄 한 장[안 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 시와 감상 2005.07.23
처음부터 거기에 늘 있던 나무[윤재철] 처음부터 거기에 늘 있던 나무[윤재철] 그 화사했던 보랏빛 꽃만 보았다 그 눈물나던 진한 꽃향기만 보았다 나무는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을 햇빛 어깨를 쓸어내리는 오래된 골목길 안 문득 라일락나무를 본다 처음부터 거기에 늘 있던 나무 이제는 윤기를 잃어버린 하트 모양의 잎과 꺼풀이 이는 .. 시와 감상 2005.07.23
겨울 산길을 걸으며[정호승] 겨울 산길을 걸으며[정호승] 겨울 산길 어린 상수리나무 밑에 누가 급히 똥을 누고 밑씻개로 사용한 종이 한장이 버려져 있었다 나는 나를 앞질러 가는 사람들을 급히 따라가다가 무심코 발을 멈추고 그 낡은 종이를 잠시 들여다보았다 누구나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지 않고서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 시와 감상 200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