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매달린 사람 [이근화] 창 너머의 것들을 외면할 것. 닫힌 창 앞에서 그의 일은 시작되었다. 온몸에 줄을 걸고 허공에 매달린 그는 정확히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일정한 순서로 반복되는 동작들앞에서 유리는 순한 동물의 눈빛 같을 것이다. 그러나 눈이먼 채 허공에 열려 있는 것은 그 자신이었다. 나무에 매달린사과가 저 혼자 익어가듯이. 오늘 빌딩은 그를 매달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곡예가 창을 지웠다. 창밖의 풍경은 선명해질 것이다. 더러움과 먼지와 얼룩이 없다면 이 세계를 어떻게 실감할 것인지. 누구와 무엇과 눈을 맞추어야 하나. 그가 웃으며 위태롭게 흔들렸다. 한층 한층 다정한 자세로 내려갔다. 그가 지운 얼룩은 내가 오래도록 서 있던 배경이었는데 단숨에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