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방 13도 [최돈선] 밖은 혹한이었다지난여름 질펀했던 색채의 번성이허물을 벗고 꽁꽁 얼어 있었다 명자꽃도 모란꽃도 숨어버린 바깥은 참혹했다나의 방 내면은 13도에 맞춰져처형의 고드름을 늘어뜨렸다살갗에 돋는 소름, 나는 의식이 더욱더 맑아졌다 그리하여 무언가를 향해 불특정한 살의를 품게 되었다나는 그때만큼은 능동적이었다 저녁이면 겨울 척후병이 몰래 숨어들어냉기를 뿌렸다어차피 다시금 수동태가 될 수밖에 없는 생이어서인지문풍지가 밤새 울었다 때로는 아팠으며때로는 어디선가 목 쉰 만가를 듣기도 했다천장을 지나는 오색 깃발을 쳐다보는 건 환영이었다 아무 글도 써지지 않았다밥은 세끼 잘 먹었고 탈도 없었다유효기간이 훨씬 지난 음식들만이오직 냉장고 속에서 굳건했다 살날과 살아온 날이 뒤엉켜 목구멍이 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