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재
아버지의 선물[허혜정]
그는 신간서적 하나를 건네주기 위해
낡은 소나타를 끌고 120킬로를 달려왔다
나는 기절할 뻔했다 하기야 오늘뿐인가
사람들 속에서도 나만 보고 걷는 아버지 곁에
나는 아이만 지켜보며 걷는다
떨어진 아이의 장갑을 주워주는
이 겸손한 남자의 사랑
그가 건네준 책은 다시 나의 램프다
당신이 사랑하던 책들은 내 책장에 꽂혀있다
당신의 언어는 나의 말 속에 흐르고 있다
혼곤한 아이가 잠들어 있는 침대맡에 기대어
성탄의 기적처럼 새 작품을 생각한다
별이 빛나고 있다
* 전화 한방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데려오고
책을 사달라고 하면 책을 사주고 밥을 사달라고 하면 밥을 사주고
엠피쓰리 필요하다고 하면 좋은 것 골라서 사주고
이 아빠의 사랑을 이녀석들은 나중에 알아줄라나.
시인은 아빠의 사랑을 사랑으로 알고 노래하건만
나의 딸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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