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주
달팽이[정호승]
내 마음은 연약하나 껍질은 단단하다
내 껍질은 연약하나 마음은 단단하다
사람들이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듯이
달팽이도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 막 기울기 시작한 달은 차돌같이 차다
나의 길은 어느 새 풀잎에 젖어있다
손에 주전자를 들고 아침이슬을 밟으며
내가 가야할 길 앞에서 누가 오고 있다
죄없는 소년이다
소년이 무심코 나를 밟고 간다
아마 아침이슬인 줄 알았나 보다
* 어제 괴산에 있는 도명산을 등산하다 풀벌레들을 만났다.
어릴 땐 그것들을 잡아서 가지고 놀다가 결국은 죽이곤 했다.
지금은 생명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생각해서 건드리지 않는다.
오히려 저 풀벌레들이 버마재비에게 잡아먹히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하지만 어쩌랴, 버마재비에게도 그게 일상인것을......
한 순간에 존재가 사라진다.
사라지기 전의 生이 전부가 된다. 그게 生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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