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해바라기[황동규]

JOOFEM 2008. 10. 4. 09:06

 

                                                                                                           이현섭

 

 

 

 

 

 

 

 

해바라기[황동규]

 

 

 

 

둘이 앉아 있었네

해 설핏한 가을날 벤치.

남몰래 중년을 훌쩍 넘겨버린 두 사람,

그들의 무릎 위에 볕 한 조각씩 환했네.

머리 위 노란 은행잎들

각기 제 곡선 그으며 떨어지고

한 곡선은 그들의 발치에 닿았네.

발밑에선 파리한 풀잎 몇

모양보다는 눈짓으로 흔들리고 있었네.

"헤어지지 말아야 했지요"

"이빨로 이를 씹게 되더라도"

"하필 그 때 눈보라"

"걷히자 바로 딴 세상"

그들은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짧게 짧게 말을 주고 받았네.

말마디들 몇 차례 더 오가고

마디풀

마디 같은 한 세상이 갔다가 왔네.

그리고 갔네.

 

 

 

 

 

 

* 가을은 우리게 무릎 위의 볕 한 조각도 감사하게 하는 계절이지요.

여름 한철, 쉬임없이 누렸던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거였는지도 깨닫게 하는

감사하게 하는 계절이지요.

뒤돌아보면 마디같은 한 세상이 지나가지만

아쉽기보다는 나름 짜릿했었다, 소중했었다, 감사했었다, 그리 느끼는 계절이지요.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고기 시계[김혜원]  (0) 2008.10.11
쓸쓸하고 한가로운 풍경[손수진]  (0) 2008.10.06
흔적[정희성]  (0) 2008.10.02
달팽이[정호승]  (0) 2008.09.28
아버지의 선물[허혜정]  (0) 2008.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