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달과 돌 [이성미]

JOOFEM 2024. 9. 8. 17:27

가족도 때가 되면 한곳으로 모인다.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달과 돌 [이성미]

 

 

 

 

돌이 식는다

밤의 숲 속을 헤매다 주운

창틀 위에 올려놓은

 

돌이 식는다

어두운 방에서 빛나던 돌

가만히 보면 내 눈썹까지 환해지던

 

그 둥근 빛 아래서

나의 어둠을 용서했고

침묵은 말랑말랑한 공을 굴렸다

 

들고양이가 베고 잤을까

고양이의 꿈을 비누방울로 떠오르게 하던

돌이 식는다

 

자줏빛 비가 내리고

벼락의 도끼날이

숲의 나무들을 베어버리는 동안

돌 위에 얹고 있는

내 손이 식는다

 

반달의

나머지 검은 반쪽이

궁금해졌다

 

 

              -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문학과지성사, 2005

 

 

 

 

 

 

 

 

 

* 꿈도 사랑도 우정도 식어간다?

돌이 가지고 있는 온기는 내가 유지해주지 않으면 반드시 싸늘하게 식을 게다.

마음의 온기조차 식어간다면 돌뿐만 아니라 꿈도 사랑도 우정도 식어갈 게 자명하다.

포물선을 그리는 나의 인생도 한껏 달까지 갔다가 중력의 힘으로 떨어져 간다.

아! 식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구나!

시간과 비례해서 식어가는 것!

맞아 맞아. 인생의 정오를 지나고 나면 사정없이 내리막길이잖아.

그러니 식을 수 밖에.

그래도 식어가는 내 온기를 돌에게라도 얹고 희미하게 희미하게 식어가자.

마음만은 달빛처럼 온기를 가지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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