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희 [남길순]
복희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개가 일어선다
개가 걷고
소녀가 따라 걷는다
호수 건너에서 오는 물이랑이 한겹씩 결로 다가와
기슭에 닿고 있다
호숫가를 한바퀴 도는 동안
내 걸음이 빠른 건지 그들과 만나는 거리가 조금씩 좁혀
졌는데
인기척을 느낀 소녀가 먼저 지나가라고 멈춰 서서
개를 가만히 쓸어주고 있다
희미한 달이 떠 있다
모두 눈이 멀지 않고서는 이렇게 차분할 수 없다
- 한밤의 트램펄린, 창비, 2024
*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일까?
별것 아닌 일에도 화를 내고 소리 지르고 삿대질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졌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는데 하루종일 쉬지않고 시끄럽다.
누군가 내 이름을 나직이 부르거든 반갑게 반응해주고
가슴과 가슴이 좀더 다가가고
귀 기울이고
차분하게 조용조용 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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