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복희 [남길순]

JOOFEM 2024. 9. 13. 20:51

조용한 대화, 김주호 작, 2005

 

 

 

 

 

복희 [남길순]

 

 

 

 

  복희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개가 일어선다

 

  개가 걷고

  소녀가 따라 걷는다

 

  호수 건너에서 오는 물이랑이 한겹씩 결로 다가와

  기슭에 닿고 있다

 

  호숫가를 한바퀴 도는 동안

  내 걸음이 빠른 건지 그들과 만나는 거리가 조금씩 좁혀

졌는데

 

  인기척을 느낀 소녀가 먼저 지나가라고 멈춰 서서

  개를 가만히 쓸어주고 있다

  희미한 달이 떠 있다

 

  모두 눈이 멀지 않고서는 이렇게 차분할 수 없다

 

 

                - 한밤의 트램펄린, 창비, 2024

 

 

 

 

 

 

 

 

*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일까?

별것 아닌 일에도 화를 내고 소리 지르고 삿대질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졌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였는데 하루종일 쉬지않고 시끄럽다.

누군가 내 이름을 나직이 부르거든 반갑게 반응해주고

가슴과 가슴이 좀더 다가가고

귀 기울이고

차분하게 조용조용 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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