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이준관] 여름밤 [이준관] 여름밤은 아름답구나. 여름밤은 뜬눈으로 지새우자. 아들아, 내가 이야기를 하마. 무릎 사이에 얼굴을 꼭 끼고 가까이 오라. 하늘의 저 많은 별들이 우리들을 그냥 잠들도록 놓아주지 않는구나. 나뭇잎에 진 한낮의 태양이 회중전등을 켜고 우리들의 추억을 깜짝깜짝 깨워놓는구나. 아.. 시와 감상 2005.07.23
소나무의 상처는 빗살무늬다[천수호] 소나무의 상처는 빗살무늬다 [천수호] 구부정히 휘어진 산길 따라 칼집 투성이의 소나무들 아랫도리를 드 러내놓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을 터, 한 끼의 허기를 소나무에게 구걸 한 사람들은 그 상처의 깊이를 알고 있을까 칼끝에 흘렀을 송진,상처 가 낸 눈물은 끈끈하다 빗살은 무늬가 아니라 상처다 .. 시와 감상 2005.07.23
엄마걱정[기형도] 엄마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들리네,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 시와 감상 2005.07.23
말의 힘[황인숙] 말의 힘 [황 인숙] 기분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하얗다.깨끗하다.싱그럽다. 신선하다.짜릿하다.후련하다. 기분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달콤하다.아늑하다.아이스크림. 얼음.바람.아아아.사랑하는.소중한.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 기분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를 밟아보자.만져.. 시와 감상 2005.07.23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 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거리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시와 감상 2005.07.23
인생은 언제나 속였다[이승훈] 인생은 언제나 속였다 [이승훈] 인생은 언제나 그를 속였다 그가 다가가면 발로 차고 그가 도망가면 팔을 잡았다가 그가 웃으면 울고 그가 울면 웃었다 그가 망하면 웃고 그가 팔을 쳐들면 웃고 그가 걸어가면 웃고 너를 안을 때뿐이다 인생이 그를 속이지 않은 건 너를 안을 때 해가 질 때 너의 눈을 .. 시와 감상 2005.07.23
프란츠 카프카[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오규원] - MENU - 샤를르보들레르 800원 칼샌드버그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종 1,000원 가스통바쉴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 .. 시와 감상 2005.07.23
풍경[이재무] 풍경 [이재무] 흐르는 물에 상추잎 씻듯 시간의 상처 씻어주는 것들, 풍경 속에 약손이 있다 우수 경칩 지나 몸 푼 강물,초롱초롱 눈 뜬 초록별 그리고 지상으로 기어올라와 부신 햇살 속으로 얼굴 디밀고는 어리둥절한 지렁이의 가는 허리, 꼭 그만큼씩만 꿈틀거리는 봄날의 오솔길 등속이 피워내는 .. 시와 감상 2005.07.23
백평의 꽃밭[김성옥] 백평의 꽃밭 [김성옥] 돌아가 고향 마을의 이장이 될 꿈을 가진 공무원이 있다. 나라 살림 궂은 일 틈에도 어린 시절 흰눈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초가지붕 짚풀을 타고 봄비가 삭혀 떨어지는 낙수의 부드러움을 생각하는, 산자락을 타고 낮게 내려앉는 칠흑의 어두움과도 만났던. 참 복 많은 사람이라고.. 시와 감상 2005.07.23
설날 아침에[김종길] 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조금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 시와 감상 200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