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시를 읽는다 [장수진] 악마야나랑 놀자우리는 무직이니까 다가오는 아침을 죽여줘푸른 공원을 잿빛으로 만들어줘비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질리고 질릴 때까지맑은 날이 올 거라는 믿음과 기대가마음을 조금씩 파먹어서괴롭고띨띨해지고조바심이 나서 죽겠을 때까지 뉴스나 라디오를 틀어도 아무런 소식이 없어 무섭고 좋고쫄쫄 굶어 온몸의 모든 것이다 빠져나가졸도해버릴 때까지 생의 기쁨과 행복이 단순히 비 때문에완전히 무너져 내렸으면 좋겠어 중대하고 심오한 비극이있을 리 없잖아 - 순진한 삶, 문학과지성사, 2024 * 절을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생의 기쁨을 찾아내고 누리려고 가는 것일까.괴롭고 힘들고 그래서 번뇌하며 작은 위로라도 받고 싶어서 가는 것일 게다.행복이 완전히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