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7

들고 가는 사람 [임지은]

들고 가는 사람 [임지은]      손에 물건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신에게아주 소중한 무엇이라도 되는 양 품에 안고 다니는 사람들이 바나나를 들고 가는 사람, 달걀 한 판을 들고 가는사람, 포도송이를 들고 가는 사람, 컵라면을 차곡차곡 쌓아서 들고 가는 사람, 들고 갈 것이 없어서 자기 자신을 들고 가는 사람까지   저 사람은 아침마다 바나나를 먹으며 출근 준비를 하겠지, 저 사람은 가족이 많아 달걀 한 판 정도는 금방 소진될거야, 저 사람은 포도를 참 좋아하는구나, 컵라면을 사 가는 이의 가스레인지는 깨끗하겠지, 자기 자신을 들고가는 사람은 끝내 자기 자신을 떨어뜨리겠구나   곧 한 사람이 다가와 제가 도와드릴까요? 함께 나눠들겠구나 집 앞에 다다라서는 도와 주셔서 감사해요 양손가득한 자신을..

시와 감상 2024.08.11

이직한 회사에는 텃새가 산다 [김광명]

이직한 회사에는 텃새가 산다 [김광명]    오착륙이라면 좋겠어 오늘의 도래지는 종이컵을 사랑의 날개라고 부르지유럽의 여름을 탁자 위에 늘어놓고, 풍선도 불어최대한 쓸모없게 따듯할수록 잘 녹는 기포달달함은 이때 등장하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부리로 농담을 저어버리지 눈이 마주칠 땐 어떤 얼굴이 어울릴까노르딕풍의 쓰다 남은 겨울과 털실 조끼와 통조림 산타기억 니은 기억 디귿 기억 리을 기억 다시 도돌이표자작나무의 자세로 시럽이 되지 휘청거리며 더 아래로 날아난 꿈을 잃어버린 나이부터 체인질링*이 취미였어 일어서지 못하면 팔짱 끼고 떠날 수 없지끝이 아니야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랑의 시작이지왼뺨이 부서진 철새는 잘 날 수 있을까잘 숨을 수 있을까깃털이 얼어붙은 겨울에 웃어도 될까 단맛이 부족한데 내일은 괜..

시와 감상 2024.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