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건달이 되겠어[장석주] Leslie Crofford그림 난 건달이 되겠어[장석주] 나는 너무 오래 일에 미쳐 있었어. 흰 손 흰 얼굴은 노동에 어울리지 않는데. 망상은 줄지 않고 미친 피는 잠들지 않아. 구름 구두를 신고 카페에 나가 에스프레소나 마셔볼까. 카페 통유리창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흘러가는 구름과 한가로운 거리를 내다.. 시와 감상 2008.06.05
고시원은 괜찮아요[차창룡] 구모경 그림 고시원은 괜찮아요[차창룡] 이 선원의 선승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오직 혼자이지요 홀로 존귀한 선승들입니다 108개의 선방에는 선승이 꼭 한명씩만 들어갈 수 있어요 여느 선방과 달리 방 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잠을 자든 공부를 하든 밥을 먹든 자위행위를하든 혼자서 .. 시와 감상 2008.06.01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천양희] 산[김보희]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천양희] 이른 새벽 도도새가 울고 바람은 나무 쪽으로 휘어진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나 보다 가지가 떨리고 둥지가 찢어진다 숲에서는 나뭇잎마다 새의 세계가 있다 세계는 언제나 파괴 뒤에 오는 것 너도 알 것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 시와 감상 2008.05.28
지중해의 눈동자[박정대] 지중해의 눈동자[박정대] 그곳은 지중해의 눈동자, 그곳에는 해변과 작은 조각배와 스타킹이 있었네 하얀 침대의 해안에서는 가끔씩 갈매기가 울고 바람소리는 밤새 저희들만의 음악을 연주했네 카잔차키스의 책이 놓여 있는 선반 아래서, 고요히 술을 따라 마시는 밤이면 고양이의 눈동자에는 두 개.. 시와 감상 2008.05.25
꽃잎이 피고 질 때면[김혜순] Eye of the Needle[Vladimir Kush] 꽃잎이 피고 질 때면[김혜순] 꽃잎 돋으면 어쩌나. 가려워 어쩌나. 봄이 왔다고 산천초목 초록 입술 쫑긋 내미는데 이제 어쩌나. 당 신들의 들러붙은 무릎 사이. 당신들의 맞붙은 입술 사이. 세상의 모든 구멍이란 구멍 비집고 이파리 돋 아나는데 어쩌나. 나 엎드려 기어가서 .. 시와 감상 2008.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