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권애숙] 황규백 판화 기별 [권애숙] 참 오래 걸려 여자의 코트가 당도했다 있는 줄도 몰랐던 코트가 돌아오는 동안 여자의 집엔 진눈깨비가 추적거렸고 앵두꽃이 터졌고 태풍 '우쿵'이 쿵쿵거리다 갔다 -너무 오래 찾아가지 않아서…… 세탁소 남자는 여자의 부재를 물었고 부재를 메우듯 허둥거리던 나는 천.. 시와 감상 2008.05.21
생生 - 접속사接續詞풍으로[윤관영] 성태훈 생生 - 접속사接續詞풍으로[윤관영] 그리고그리고그리고로 이어진던 생生은 그런데에서 한방 먹었다 생의 과거가 새끼처럼 꼬이면서 출렁거렸다 그때 그러나가 고개를 들었다 생은 또 생이니까 그래서 고민하다가 그러니까, 물음표가 옆구리를 찌르고 느낌표가 찍혀서야 생은 구두끈을 매기.. 시와 감상 2008.05.18
그 돌[황동규] 배은미 그 돌[황동규] 투명해진다. 하늘이 탁 트이고 딱지 앉았던 벌레 구 멍 터지고 남은 살 자잘히 바스러지고 잎맥만 선명히 남은 이 파리 늦가을 바람을 그대로 관통시킨다. 비로소 앞뒤 가리지 않게 되었다. 산책길에 언제부터인가 팽개쳐 있는 돌 문득 눈에 밟혀 길섶 잇몸에 박아준다. 덮을 풀 .. 시와 감상 2008.05.18
어쩌다, 내가 이쁜[윤관영] 어쩌다, 내가 이쁜[윤관영] 새벽에, 개똥을 두엄더미에 던지며 처먹고 똥만 싼다고 부삽 득득 긁지만, 기분 좋은 투정도 있기는 있는 것이다 투정에 걸리는 밤송이와 도토리집은 부삽질을 부드럽게 한다 저를 열어 제 속의 것 떨어뜨린 것이 바짝 세운 가시를 그대로 두고 무른 안부터 녹아 가면서, 금.. 시와 감상 2008.05.17
거짓말[위선환] BRIGHT MOONLIGHT OVER MY HOMETOWN[PENG QIANGHUA] 거짓말[위선환] 돌멩이는 죽어 있다. 그렇다. 죽어서도 돌멩이는 구른다. 닳으 며 동그래지며 아직 죽어 있다. 그런가. 머리 위 어중간에 나비가 걸려 있다. 그렇다. 굽은 갈고리에 찔 렸거나 은빛 거미줄에 감겼다. 그런가. 새가 반짝이며 구름 사이로 점멸했다. 그.. 시와 감상 2008.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