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황금찬] 만년필 [황금찬] 만년필은 내 세 손가락 새에서 정들어 간다. 책상위에 놓았던 만년필을 잡으면 싸늘한 촉감을 뒤로 하며 이어 체온에 동화된다.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을 전하려고 있고 만년필은 내 의사 전달을 위해 있다. 지금 나는 만년필을 잡고 있다. 무엇을 세상에 남길까 하느님의 영광을. 내가 .. 시와 감상 2005.07.23
아버지1[임길택] 아버지1[임길택] 말 한마디 없이 불쑥 들어오시어 그냥 앉아만 계시는 아버지보다는 오늘처럼 술에 취해 흥겨워하시는 아버지가 더 좋습니다 어머니가 뭐라시며 눈 흘겨도 못 들은 척 흘러간 노래를 틀어놓고 흥얼흥얼 따라하십니다 옆 방 이불 속 잠든 동생 옆에 누워 나도 아버지의 노래를 따라 불.. 시와 감상 2005.07.23
아버지의 가을[정호승] 아버지의 가을 [정호승]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바람도 단풍 든 가을저녁에 지게를 내려놓고 툇마루에 앉아 늙은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 오랜 세월동안 짓뭉개지고 그래서 못생겨진 발톱을 깎는 동안 거실에서는 아버지의 딸이 잘 다듬고 매니큐어까지 발라 예쁜 발톱을 손질한다. 한 .. 시와 감상 2005.07.23
오후 세 시[김상미] 오후 세 시 [김상미] 오후 세 시의 정적을 견딜 수 없다 오후 세 시가 되면 모든 것 속에서 내가 소음이 된다 로브그리예의 소설을 읽고 있을 때처럼 의식이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주변을 어지럽힌다 낮 속의 밤 똑 똑 똑 정적이 정적을 유혹하고 권태 혹은 반쯤은 절망을 닮은 멜로디가 문을 두드린다 .. 시와 감상 2005.07.23
새벽기도[정호승] 새벽기도[정호승]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 시와 감상 200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