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생각[이규리] 앤디 워홀의 생각 [이규리] 내가 빌렸던 입술, 내가 빌렸던 꽃잎, 내가 빌렸던 손, 내가 빌렸던 여자 한데 쏟아 놓고 보글보글 끓이면 농심라면이다 퉁퉁 불어터진 면발과 식은 국물로 허기를 채우던 밤은 이제 가라 빼곡한 세상의 진열대 복제된 사랑 안에서 오늘 누가 울고 있나 추억도 나날이 소비되.. 시와 감상 2005.07.23
스물 네 살의 산꼭대기[김정란] 스물 네 살의 산꼭대기 [김정란] 난 스물 네 살에 산꼭대기로 올라가기로 결정했어 웬만큼 살았으니까 이젠 뭘 좀 알아야 하잖아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몸을 돌려보았어 내가 지나온 계곡 물이 환히 보였어 나는 깃발을 들었어 바람이 불어왔거든 신호가 필요했어 바람에게 내가 거기 왔다는 걸 알려야.. 시와 감상 2005.07.23
만년필[황금찬] 만년필 [황금찬] 만년필은 내 세 손가락 새에서 정들어 간다. 책상위에 놓았던 만년필을 잡으면 싸늘한 촉감을 뒤로 하며 이어 체온에 동화된다.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을 전하려고 있고 만년필은 내 의사 전달을 위해 있다. 지금 나는 만년필을 잡고 있다. 무엇을 세상에 남길까 하느님의 영광을. 내가 .. 시와 감상 2005.07.23
아버지1[임길택] 아버지1[임길택] 말 한마디 없이 불쑥 들어오시어 그냥 앉아만 계시는 아버지보다는 오늘처럼 술에 취해 흥겨워하시는 아버지가 더 좋습니다 어머니가 뭐라시며 눈 흘겨도 못 들은 척 흘러간 노래를 틀어놓고 흥얼흥얼 따라하십니다 옆 방 이불 속 잠든 동생 옆에 누워 나도 아버지의 노래를 따라 불.. 시와 감상 2005.07.23
아버지의 가을[정호승] 아버지의 가을 [정호승]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바람도 단풍 든 가을저녁에 지게를 내려놓고 툇마루에 앉아 늙은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 오랜 세월동안 짓뭉개지고 그래서 못생겨진 발톱을 깎는 동안 거실에서는 아버지의 딸이 잘 다듬고 매니큐어까지 발라 예쁜 발톱을 손질한다. 한 .. 시와 감상 200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