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 꽃 [임지은]
화요일마다 동네에 꽃 트럭이 왔다 사람들이 꽃을 한
다발씩 사 갔다 "꽃을 소분해 놓으면 집 안 어디서나 꽃을
볼 수 있잖아요" 나는 꽃이 보고 싶으면 꽃을 사지 않고
꽃을 검색했는데
선물 받은 꽃이 일주일이 지나도 시들지 않았다 잎사귀
를 문질러 봐도 생화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시들지 않아
모조품인 걸 알았다 "시들지 않으면 언제든 꽃을 볼 수 있
잖아요" 그런데 더는 보지 않게 되었다
동네엔 화요일마다 꽃 트럭이 왔고 나는 꽃이 보고 싶
으면 검색창에 꽃을 입력했다
- 이 시는 누워 있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민음사, 2024
* 일천구백칠십년 나는 국민학교 저학년이었다.
어머니는 모조꽃을 조립(?)하는 아르바이트를 하셨다.
집에서 플라스틱 나무가지에 꽃잎을 한 장, 한 장 쌓으면 꽃잎이 되었다.
조립이 완성되고 나면 모조꽃이 완성된다.
몇십원, 몇백원 벌자고 하루 종일 모조꽃을 만드셨다.
심심한 나는 눈으로 익혀 몇 개는 조립해 보았다.
이까짓게 미국으로 수출 된다니 신기했다.
요즘 다이소에 가면 모조꽃을 많이 판다.
그 어릴 적 모조꽃 만들던 생각이 나고
이젠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이런 모조꽃들을 만들겠구나 싶다.
근사한 카페엔 생화를 꽂아놓지만
평범한 카페엔 모조꽃을 꽂아놓는다.
며칠전 아산의 어느 허름한 카페에서 탁자마다 생화를 올려놓은 걸 보고 감탄했었다.
오, 주인이 꽃을 정말 좋아하고 손님에게 기쁨을 주는 분이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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