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신달자] 바람꽃 [신달자] 깃발도 아니면서 해가 지는 나뭇가지마다 너의 얼굴은 나부낀다 혼자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너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숨어들어 내 작은 마음에 유리병처럼 꽃으로 와 피는가 바람꽃이라 하면 좋으냐 바람꽃이라 하면 좋으냐 보이지도 않으면서 사정없이 나를 흔들고 내 안에 가득하.. 시와 감상 2009.03.29
바람의 말[마종기] 바람의 말[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거야.. 시와 감상 2009.03.28
별들을 읽다[오태환] 별들을 읽다[오태환] 별들을 읽듯 그녀를 읽었네 가만가만 점자點字를 읽듯이 그녀를 읽었네 그녀의 달걀빛 목덜미며 느린 허리께며 내 손길이 가 닿는 언저리마다 아흐, 소름이 돋듯 별들이 돋아 아흐, 소스라치며 반짝거렸네 별들을 읽듯이 그녀를 읽었네 하얀 살갗 위에 소름처럼 돋는 별들을 점자.. 시와 감상 2009.03.25
만삭[고영민] 만삭[고영민] 새벽녘 만삭의 아내가 잠꼬대를 하면서 운다. 흔들어 깨워보니 있지도 않은 내 작은마누라와 꿈속에서 한바탕 싸움질을 했다. 어깨숨을 쉬면서 울멍울멍 이야기하다 자신도 우스운 듯 삐죽 웃음을 문다. 새벽 댓바람부터 나는 눈치 아닌 눈치를 본다. 작은마누라가 예쁘더냐, 조심스레 .. 시와 감상 2009.03.18
산수유꽃을 보며[조창환] 산수유꽃을 보며[조창환] 아직은 이른 봄, 바람 사나운데 찬비 내린 날 아침 노란 산수유꽃들 새앙쥐 같은 눈 뜨고 세상을 본다 연하고 어린 것들 마음 설레게 하여 메마른 가지에 바글바글 붙어 있는 산수유꽃들 시리게 바라본다 세 이레 강아지들 눈 처음 뜨고 마루 밑에서 오글오글 기어나오듯 산수.. 시와 감상 2009.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