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최영미] 일천구백팔십년의 어느 봄날에 양수리에서 엠티 마치고 또 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최영미] 불꺼진 방마다 머뭇거리며, 거울은 주름살 새로 만들고 멀리 있어도 비릿한, 냄새를 맡는다 기지개 켜는 정충들 발아하는 새싹의 비명 무덤가의 흙들도 어깨 들썩이고 춤추며 절뚝거리며 4월은 깨어난.. 시와 감상 2009.04.12
문의 기쁨[프랑시스 퐁쥬] 문의 기쁨[프랑시스 퐁쥬] 왕들은 문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들은 저 낯익은 거대한 판때기를 부드럽게 혹은 거칠 게 앞으로 미는, 뒤로 돌아서 그 판때기를 제자리에 놓 는-문을 두 팔로 여닫는 행복을 모른다. ...방의 가장 만만찮은 장애물의 배때기를 도자기 고리 로 거머쥐는 행복을, 빠른 몸싸움을.. 시와 감상 2009.04.11
숙제와 폐타이어[복효근] 사진 : 추상공간님 숙제와 폐타이어[복효근] 숙제장 노트를 엎어놓은 듯한 슬레이트 지붕위에 폐타이어 몇 개 놓여있다 그렇지 삶은 숙제이지 저 작은 지붕 아래도 풀어야 할 문제는 잔뜩 쌓여서 때로는 새벽까지 불이 밝았다 그래서 지아비가 다시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나가고 지어미는 그보다 .. 시와 감상 2009.04.04
별무덤[정진규] 별무덤[정진규] 일본 관심사(觀心寺)엘 부랴부랴 다녀왔다 새삼 마음을 관(觀)하고자 함이 아니라 거기 있다는 별무덤이 궁금해서였다 늦으면 천상(天上)으로 회수될 것 같았다 형상이 아니라 필시 상징이 분명한 그 실체를 감히 관(觀)코자 함이었다 하늘 놔두고 왜 하필 땅에 내려 와 묻히었을까 별.. 시와 감상 2009.04.02
쑥대머리[권혁웅] 쑥대머리[권혁웅] 제가 다니던 삼선교회엔 유난히 숙이 많았죠 은숙(恩淑)이,애숙(愛淑)이,양숙(良淑)이,현숙(賢淑)이,경숙(京淑)이,남숙(南 淑)이,난숙(蘭淑)이,미숙(美淑)이,정숙(貞淑)이...... 그야말로 쑥밭이었죠 제일 믿음이 좋았던 은숙이, 애숙이는 잠시 나를 사랑했고 양숙이와 현숙이는 정말로 .. 시와 감상 2009.03.31